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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영화 동사서독 정보 및 줄거리 등장인물 총평 및 기타

by odaju 2023. 7. 13.

영화 동사서독

영화 동사서독 정보 및 줄거리

영화 동사서독은 왕가위의 첫 무협 영화이자 무협의 장르를 빌린 멜로영화입니다. 호금전 감독의 영화 용문객잔의 오마주이기도 합니다. 김용의 3부작 무협소설 사조삼부곡(사조영웅전, 신조대협, 의천도룡기) 중 1부 사조영웅전을 원작으로 제작한 프리퀄 영화이며 따라서 영화에는 사조영웅전의 인물들이 등장하나 내용 자체는 사조영웅전을 모티브로 하여 새롭게 꾸민 것으로, 사조영웅전에서 김용이 초기설정으로 세팅하거나 별다른 설명 없이 지나간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왕가위 감독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이야기로 만든 작품입니다. 김용 세계관의 최강자로 검술 지존의 자리까지 오른 독고구패의 기원, 훗날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되는 홍칠공과 구양봉의 과거사 등 사조영웅전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흥미로운 프리퀄 설정이 많으며, 사조영웅전을 모르더라도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무협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서독이라는 이름으로 무림에 명성을 떨치기 전, 사막 한가운데의 객잔에서 청부살인 중개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구양봉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입니다. 과거에 얽매여 사막을 떠나지 못하는 서독(구양봉)과 과거를 떨쳐내긴 했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잃고 방황하는 동사(황약사)의 대비가 영화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는데 객잔을 운영하는 구양봉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교차하면서 그들 사이의 엇갈린 인연과 운명을 조망하고, 마지막에는 구양봉의 엇갈린 인연으로 마무리됩니다.

등장인물

서독(구양봉)은 이 영화의 화자이자 고향을 떠난 변방사막의 객잔에서 살고 있는 무공고수입니다. 사막이 있는 변경 지역에 집을 짓고 살며, 살인청부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 목숨을 주판으로 계산하는 냉정한 인물임과 동시에 자신의 형수가 된 사람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에 실패하고 도망친 황량한 사막에 갇힌 인물로, 형수는 죽어가며 극 중 황약사라는 인물을 통해 취생몽사라는 농담으로 메시지를 보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마지막에서야 깨닫게 됩니다. 동사(황약사)는 영화 초반, 기억을 잊는 술 '취생몽사'를 가지고 친구인 서독(구양봉)을 찾아옵니다. 바람둥이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맹무살수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가 하면, 모용연과도 썸을 타다가 애증의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사실 구양봉과 똑같은 여자, 즉 구양봉의 형수이자 구양봉의 옛 애인이기도 한 여인을 사랑했지만, 그녀의 마음이 구양봉에게만 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많은 것을 잊고 고향의 복사꽃을 좋아했다는 것만 기억하기로 합니다. 매년 경칩 무렵이 되면 황약사가 구양봉과 술을 먹으러 찾아왔다고 하는데, 사실은 구양봉의 형수가 구양봉의 소식을 궁금해해서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황약사 본인은 구양봉의 소식을 전해주러 왔다는 명목으로 구양봉의 형수를 만날 수 있으니 그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극 중 자애인은 구양봉의 형수이면서 옛 여인인 구양봉을 사랑했던 여인이었지만 구양봉은 그녀를 홀연히 떠나 검객으로 강호를 누비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이에 지친 그녀는 구양봉 대신 그의 형과 결혼합니다. 결혼식 당일 구양봉은 그녀에게 자신과 함께 도망치자고 제안하나, 이제는 구양봉의 형수가 된 그녀는 이를 끝까지 거절하고 결국 구양봉은 고향을 떠나서 사막의 객잔에 기거하게 됩니다. 이 밖에도 황약사에게 상반된 두 감정을 가지고 있는 여인 모용연과 시력을 잃어가는 검객 맹무살수, 맹무살수의 아내이면서 황약의 불륜상대인 도화삼랑, 태위부의 검객에게 남동생을 잃고 이에 대한 복수를 의뢰하기 위해 구양봉을 찾아온 여인 완사녀, 맨발로 천하를 돌아다니는 검객 홍칠공 등 다양한 인물들이 엮이고 섞여서 이들 간의 복잡한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총평 및 기타

무협의 형식을 빌리고 있는 등장인물이나 배경은 모두 사조영웅전의 인물과 배경이지만, 실제 내용은 무협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아쉬움, 미련 등을 다룬 멜로물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영화가 대중적인 취향, 특히 일반적인 무협 영화 팬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데, 왕가위 특유의 늘어지는 스토리텔링과 만연한 독백, 인물들의 행동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지 않는 영화의 진행, 무협 영화임에도 액션 씬의 비중이 매우 적고 그나마 왕가위 특유의 영상기법으로 변형되어 있는 점 등의 이유로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왕가위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그 내용의 깊이와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 사막을 배경으로 한 영상미까지 삼박자가 완벽한 영화라며 최고로 꼽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미장센이 이야기하는 은우와 상징, 과하게 신경 썼다 싶은 영상미를 볼 때 사실 무협영화의 탈을 쓴 예술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연은 장국영, 임청하, 양조위, 장학우, 유가령, 양채니, 장만옥으로 홍콩의 유명 배우들을 총동원한 초호화 캐스팅이라 부를 만합니다. 그런데 왕가위 특유의 계획성 없는 촬영으로 인해 제작이 지지부진했고, 결국 캐스팅됐던 왕조현은 스캔들로 인해 아예 중간에 하차하기까지 했으며, 심지어 초기 시놉시스에서 실제 촬영 내용이나 시나리오, 배역 등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늘어지는 촬영 기간을 제작사와 배우들이 견디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1993년 설날 특수를 노려서 동사서독의 제작비도 충당할 겸 그들을 데리고 명절날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 동성서취를 한 달 동안 대충 촬영하여 개봉까지 하고 나서야 동사서독을 개봉할 수 있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동성서취가 홍콩에서 더 흥행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었던 동사서독 촬영 때문에 지쳐 있던 배우와 스태프들의 스트레스도 풀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았습니다. 온갖 고생을 겪은 감독 왕가위는 동사서독의 촬영지인 중국의 사막에서 홍콩으로 돌아와 스트레스도 풀 겸 가벼운 마음으로 훗날 그의 글로벌 출세작이 되는 중경상림을 연출하게 됩니다. 여담으로 동사서독을 찍기로 한 계기가 왕가위 감독이 어느 날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나뭇가지도 아니고, 네 마음일 뿐이다"라는 불경 구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도입부에도 자막으로 실제 삽입되어 있습니다. 또한 왕가위 감독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서안에서 가까운 고비 사막에서 촬영을 하면서 배우를 기다리는 게 일이었다고 합니다. 일례로 임청하는 당시 10여 편의 영화를 바쁘게 찍고 있을 시기였는데, 물리적으로 수시로 사막의 촬영지까지 오고 가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동사서독을 찍는 200여 명의 스태프는 임청하를 비롯하여 오지 않는 배우들을 기다리다 대역으로 찍고, 대역들도 기다리다 떠나면, 또 다른 대역을 찾아 영화를 찍는 일을 반복했다고 합니다.